e-fuel은 왜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을까?
상업화를 가로막는 6가지 과제와 산업의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은 빠르게 탄소중립으로 전환되고 있다. 발전 부문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EV)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운송수단이 전기만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아직은 그렇지 않다.
항공기와 대형 선박, 장거리 화물운송은 배터리만으로 운행하기 어렵다.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장거리 운항에 필요한 무게와 공간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사회는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Hard-to-Abate Sector)의 현실적인 탄소중립 대안으로 e-fuel(합성연료)에 주목하고 있다. –> [주1][주2][주3]
e-fuel은 자동차 연료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e-fuel을 내연기관 자동차를 위한 연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e-fuel에 가장 적극적인 산업은 자동차보다 항공·해운·물류다.
항공업계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사용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하고, 해운업계 역시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장거리 화물운송도 전동화만으로는 모든 노선을 대체하기 어렵다.
자동차 역시 e-fuel을 활용할 수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하나의 수요처일 뿐이다.
결국 e-fuel은 전기차와 경쟁하는 기술이 아니라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을 보완하는 연료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주1][주2][주4]
왜 지금 e-fuel이 다시 주목받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e-fuel은 연구개발 단계의 기술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산업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ReFuelEU Aviation과 FuelEU Maritime을 통해 지속가능 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수소와 합성연료 생산에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정책은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다시 대규모 투자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칠레와 미국, 노르웨이, 호주 등에서는 상업 규모의 e-fuel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다시 말해 e-fuel 산업은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초기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 [주2][주3][주5]
e-fuel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e-fuel의 생산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먼저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재생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만든다.
여기에 산업시설이나 대기에서 포집한 CO₂를 결합하면 e-메탄올, e-디젤, e-가솔린, e-SAF 같은 합성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탄소는 기존 화석연료처럼 지하에서 새롭게 배출되는 탄소가 아니라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거나 산업공정에서 배출된 CO₂다.
이론적으로는 연료를 사용하면서 배출한 CO₂를 다시 회수해 연료 생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순배출량(Net Emission)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e-fuel이 탄소중립 연료로 주목받는 이유다. –> [주1][주2]
그렇다면 왜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을까?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e-fuel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부분 기술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공급망에 있다.
1. 생산원가가 여전히 높다
e-fuel 생산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재생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CO₂를 포집한 뒤 이를 다시 합성연료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석유는 원유를 정제하면 되지만, e-fuel은 전력과 수소, 탄소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전해조와 합성설비, 저장시설까지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결국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 모두 화석연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산업 분석기관은 e-fuel이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평가한다. –> [주1][주2]
2. 결국 승부는 그린수소 가격에서 결정된다
e-fuel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그린수소다.
그린수소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e-fuel 가격도 함께 내려가기 어렵다.
수소 생산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재생전력 가격과 전해조 비용, 그리고 설비 효율이다.
그래서 e-fuel 기업들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단가가 낮은 지역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려고 한다.
칠레와 호주, 중동이 생산거점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주1][주2]
3. CO₂ 공급망도 생각보다 어렵다
e-fuel 생산에는 안정적인 탄소 공급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CO₂를 활용한다.
비용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기 중에서 직접 CO₂를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가 이상적인 방식으로 평가받지만, 아직은 비용 부담이 크다.
결국 안정적인 CO₂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상업화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 [주1][주5]
4. 생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좋은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 사업은 성공하지 않는다.
생산한 연료를 구매할 고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e-fuel 프로젝트에서는 장기 구매계약(Offtake Agreement) 확보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항공사와 해운사, 물류기업은 장기간 연료를 구매하기로 약속하고, 생산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대형 프로젝트 대부분은 생산설비 착공보다 구매계약 체결이 먼저 공개된다.
이는 산업이 기술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주5]
5. 정책이 시장을 만든다
현재 e-fuel은 화석연료보다 가격이 높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없다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다.
EU는 항공과 해운 분야에서 지속가능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IRA를 통해 생산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 시장은 정책이 만들고, 이후 규모의 경제가 가격을 낮추는 구조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술뿐 아니라 각국의 정책 방향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 [주2][주3]
6. 대규모 상업운전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실험실에서 성공한 기술과 상업 플랜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십만 톤 규모의 플랜트에서는 전해조와 CO₂ 공급설비, 합성설비가 동시에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건설되고 있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먼저 대규모 운영 경험을 축적하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주1][주5]
산업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을까?
그렇다면 e-fuel 산업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현재 산업은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초기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정책으로 초기 시장을 만들고 있으며, 에너지 기업들은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항공사와 해운사도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생산비는 높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러나 산업의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e-fuel이 가능하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먼저 경제성을 확보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 [주1][주2][주5]
다음 편에서는 무엇을 살펴볼까?
상업화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에서는 어떤 기업들이 가장 앞서 움직이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HIF Global, Infinium, Norsk e-Fuel, Liquid Wind와 같은 e-fuel 개발 기업부터 Shell, TotalEnergies, ENEOS 같은 에너지 기업, 그리고 Airbus, Lufthansa, Maersk, Porsche, Toyota 등 주요 수요 기업까지 글로벌 프로젝트 현황과 투자 전략을 살펴본다.
참고문헌
[주1] Wood Mackenzie, Are synthetic fuels the key to unlocking growth in hydrogen?, June 2024.
[주2] McKinsey & Company, Global Energy Perspective 2024, September 2024.
[주3] Reuters, Explainer: What are e-fuels, and can they help make cars CO₂-free?, March 22, 2023.
[주4] Deloitte, The Future of Sustainable Fuels, 2024.
[주5] Financial Times, Synthetic fuels projects race to secure airline customers, 2024.